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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2 수원 화성에서의 활쏘기 체험 admin 2006-06-13 16140

아테네 올림픽에서 기대했던대로, 남녀 양궁선수들이 세계를 제패했다. 장하고 대견한 일이다. 그런데
왜 우리는 활을 잘 쏠까? 외국선수들도 궁금한 일이지만, 우리도 궁금한 일이다.한 외국선수는 한국인
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활을 쏘기 때문이라는 답을 얻었다는 얘기도 들린다. 하지만 그것은 정답 같아
보이지 않는다. 양궁은 엘리트 스포츠다. 저변이 넓은 국민 스포츠가 아니라, 대학 진학과 세계대회에
나가 국위를 선양하는 스포츠다. 그래서 지극히 일부만이 향유하는 운동으로,그 인구가 1500명 정도밖
에 안된다. 그런데도 왜 활을 잘 쏠까? 우리 민족의 핏속에 과녁을 잘 조준하는 유전적인 감각이 있는
것일까. 그 과학적인 이유는 찾을 길이 없지만. 한 가지 이유는 있다. 우리 주변에 활터가 많다. 그리
고 우리는 오래 전부터 활 잘 쏘는 민족이라는 소리를 들어왔다.

옛날에는 활을 잘 쏘면, 금메달이 아니라 나라를 얻었다. 고구려를 건국한 주몽과 조선을 건국한 이성
계는 신궁(神弓)이었다. 주몽은 부여 말로 활을 잘 쏜다는 뜻이고, 이성계는 적장의 왼눈과 오른눈을
가려서 맞출 정도였다. 중국은 우리를 활을 잘 쏜다고, 동이족(東夷族)이라 일컬었다. 이때 오랑캐 이
(夷)자는 큰 대(大)자와 활 궁(弓)자를 결합한 단어다. 곧 동이족은 활을 잘 다루는 동쪽 민족이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우리 양궁 대표 선수들이 세계 대회를 석권하는 이유는, 우리 유전자 속에 담겨있다
는 주장도 펼 만하다. 현재 전국에 있는 활터는 320개가 있는데, 개인이 상업적 목적으로 운영하는 활
터는 거의 없다. 대부분 공공시설이고,활터를 드나드는 회원들끼리 관리한다.이 활터에서 벌어지는 대
회만도 200여개에 달한다. 그중 전국대회만 20여개가 된다. 웬만한 지방 축제에서는 활쏘기 시합이 열
린다. 그 대회를 활 하나만 가지고 순례하는 사람들이 있다. 요즘 도처에서 치러지는 마라톤 시합처럼
승부욕을 불태워볼 수 있는 최고의 레저 기행인 셈이다.

<조선의 무예를 연마했던 연무대>
소문난 활터로 세계문화유산이 된 수원화성 안에 있는 연무대가 있다. 1796년에 수원화성이 완공된 뒤
로, 연무대는 병사들의 훈련장이었다. 칼과 창과 활을 다루는 공간이었으니, 200년이 넘은 활터다. 사
직공원의 황학정, 남산의 석호정, 전주의 천양정과 더불어 유서깊은 곳으로 알려져 있다.
이곳은 일반인들의 활쏘기 체험장으로 개방되어 있다. 5744m 수원화성을 트레킹하고 나서,창룡문 아래
의 연무대에서 활쏘기를 한번 하고 나면, 화성의 진면목을 맛보는 체험여행이 될 것이다. 사실 국궁은
양궁과 아주 다르다. 막말로 활을 쏜다는 사실만 같고 모든 게 다르다. 양궁에는 정조준을 위한 보조
기구가 달려 있는데, 국궁에는 아무런 보조 장치가 없다. 또한 쥐는 법이 다르고 시위를 당기는 법도
다르다. 무엇보다 양궁은 전문 선수를 양성하는 구조만 갖추고 있어 일반인이 접근할 수 없는데, 국궁
은 아무나 할 수 있다.국궁은 대한체육회에 소속된 운동단체 중에서 유일하게 전문가와 아마추어 구분
이 따로 없다. 그래서 전국체전 참가자 중 최고령자의 영예가 곧잘 궁도 선수에게로 돌아간다.

전통 국궁은 무소뿔로 만든 각궁(角弓)인데, 요즘 활터에서 많이 쓰는 것은 개량궁이다.개량궁은 1970
년대에 국궁의 대중화를 위해 만든 활이다. 하지만 개량궁으로도 초보자는 규정거리 145m 떨어진 과녁
을 맞출 수가 없다. 제 아무리 힘껏 시위를 당기더라도, 활이 잘 휘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연무대에서
는 체험 여행자들을 위해 50m 과녁을 따로 마련해 두었다.

<연무정에서 활쏘기 체험>
화살을 날려보내기 위해 시위를 잔뜩 잡아당긴 상태에서는 머리 끝에서 발 끝까지 긴장하게 된다. 왼손
은 밀고,오른손은 당기고, 아랫배에는 힘을 주고, 두 다리는 쇠기둥이라도 되는 듯 깊게 땅을 딛고, 발
가락은 땅을 움켜쥐듯 구부린다.화살은 손으로 시위를 힘껏 잡아당겼다가 놓아서 쏘는 게 아니라, 가슴
을 뻐개듯이 벌려 화살을 놓아보내야 한다. 활쏘기는 겉보기에 두 팔로 하는 듯 보여도, 실제론 힘겨운
전신 운동이다. 그래서 활을 쏘면 오십견(오십대에 많이 생기는 어깨 통증)이 없어지고, 자신도 모르게
단전 호흡을 하게 되어 심장이 좋아지고 위장병이 치료된다.

한민족의 일원으로서 활을 한 번도 잡아보지 않았다면, 이 땅에 사는 도리가 아닐 것이다.
활은 우리를오래도록 먹여살려 왔고,우리를 지켜온 도구였기 때문이다. 이제 시대가 변해 운동 수단으
로 바뀌었지만, 시위에 화살을 메겨 마음을 실어 과녁을 명중시켜 보는 일은 아마도 우리 선조들이 누
렸던 호연지기를 느끼는 귀중한 체험이 될 것이다.



<수원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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