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지갑을 열어 보라. 지갑에 영수증이 이리저리 접혀 가득하거나 심지어 가방 속에서 뒹구는 영수증도 있다면 당신은 정리를 못해 고민하는 사람일 확률 90%. 밥 먹고 설거지는 드라마 뒤로 미루며 차라리 내일 아침에 모아서 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면 주방이 늘 지저분해 골치일 확률이 75%는 된다. 지난해 입었던 면 티셔츠 하나를 못 찾아 결국 새로 장만했는데, 집 정리하다 "이 옷이 여기 있었네"라고 발견한 경험이 있다면 옷장이 엉망일 확률 65%. 이런 사람은 정리 방법이 생활에 도움이 안 돼 효율성이 떨어지는 경우다. 정신 없고 복잡한 일상을 정리하는 노하우는 과연 없을까. 정리 잘하는 사람들을 수소문해 만나 보니, 이들은 이구동성 "정리정돈 별거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정리 고수들도 1주일 쌓인 영수증 정리는 엄두를 내지 못한다는 것. 바로바로 하기 때문에 일이 쉬워진다는 것이다. 정리 노하우는 오직 '바로바로'뿐이라니. 누구나 한번 도전해 볼 만하지 않은가.
옷장 : 벗은 옷 3분 내 치우고, 옷 90%는 걸어 둬라
#이려진(33.아동복디자이너)씨="옷의 90%는 걸어 둔다"
동선을 고려해 드레스룸에 ㄷ자형 오픈형 시스템 옷장을 짜 넣고, 니트를 제외한 티셔츠 등 모든 옷을 옷걸이에 걸어 뒀다. 이때 남편 옷과 본인 옷으로 섹션을 나누는 게 수납 법칙의 전부. 이렇게 눈에 보이게 수납하면 옷을 골라 입기 수월하고 불필요한 쇼핑도 줄일 수 있다. 청바지.티셔츠 모두 옷걸이에 걸어두는데 두툼한 원목 옷걸이는 공간을 차지해 수납력이 떨어지므로 겨울 외투나 양복 재킷 외에는 모두 '세탁소 옷걸이'를 이용한다. 니트는 구김이 가지 않도록 접지 않고 돌돌 말아 수납한다. 계절 지난 옷은 드라이 후 포장을 해서 다시 행어에 걸어 둔다.
보통 사람들은 해마다 입을 옷이 없어 쇼핑하는 바람에 매년 옷이 늘어 옷 수납이 고민이라고 하지만 이려진씨는 옷을 사면 10년은 입는다. 그 이유는 첫째, 계절이 바뀌어 넣어 둘 때 외에는 세탁을 하지 않는다(옷은 자주 빨수록 수명이 짧아진다). 둘째, 유행을 타지 않는 베이식한 디자인을 고르고 대신 스카프 등 액세서리를 다양하게 구비한다.
'3분 정리'의 힘도 유용하다. 이씨의 남편도 바쁜 아침이면 잠옷을 아무렇게나 벗어 둔 채 출근하고, 퇴근해서도 행어 위에 툭 걸쳐 두기도 한다. 그 옷을 옷걸이에 걸어 행어로 옮기는 데 걸리는 시간은 겨우 3분. 이씨가 정돈된 모습을 자주 보여줘서인지 이젠 남편도 옷걸이에 옷을 거는 게 일상이 됐단다.
부엌 : 식사 즉시 설거지하고, 그릇은 스타일별로
#이주미(39.주부)씨="설거지를 쌓아 두지 않는다."
깨끗한 주방의 비밀은 딱 하나,'바로바로 치운다'다. 식사 후 바로 설거지를 하고, 마른행주로 물기를 닦아 수납장에 넣는다. 그릇 건조대는 설거지할 때 쓰이는 보조 수납대일 뿐이고, 평상시에는 싱크볼 안에 숨겨 둔다. 사용한 행주도 주방에 널어 두지 않고 바로바로 빨아서 뒷베란다 빨래건조대에 넌다. 그릇은 스타일별로 수납한다. 매일 쓰는 유리잔은 싱크볼 위 플립장에 넣어 두고, 그 밖의 일상적으로 쓰는 그릇은 개수대 옆 아래장에 둔다. 여기에 두면 아이들도 쉽게 그릇을 꺼내 쓸 수 있다. 질그릇.백자 등 그릇 세트는 스타일별로 모아 정리해 두면 꺼내 쓸 때 여러 수납장 문을 여는 수고를 덜 수 있다. 개수대 오른쪽 서랍은 맨 위엔 수저, 가운데엔 조리도구, 맨 아래칸에는 행주를 수납한다.
깔끔한 주방을 위해 냉장고나 서랍을 십분 활용한다. 먹고 남은 국은 바로 냉장고에 넣어 둔다. 높은 냄비나 손잡이가 긴 편수 냄비는 냉장고에 넣기 부담스러워 매직핸즈 형태의 냄비를 즐겨 쓰는 편. 매일 쓰는 수저.칼.행주 역시 싱크볼 아래쪽 서랍에 모두 넣어 둔다.
영수증 : 할부 가계부 쓰고, 3일 지난 영수증은 버려라
#김영주(39.주부)씨="3일 내로 정리 못한 영수증을 버린다."
김영주씨가 가계부를 쓰는 이유는 절약보다 돈의 흐름을 보기 위해서다. 김씨는 20대 중반부터 할부로 계산한 신용카드만 모아 가계부를 썼다. 달마다 할부 금액을 표시하고 할부 막달에 빨간 동그라미를 치는 간단한 가계부. 지난 5년간 남편의 해외근무로 네덜란드에서 생활할 때는 물가 개념을 잡기 위해 가계부를 썼고, 지금도 가계부를 쓴다. 시판 가계부는 불필요한 항목이 있어 불편해서 월별 스케줄 보드와 낱장 노트에 간단히 정리한다.
영수증은 작은 파일에 현금과 카드로만 구분해 모아 둔다. 한 달이 지나면 파일에서 꺼내 월별로 구분해 따로 보관한다. 영수증은 날마다 정리해 지갑을 비우는 것이 최고. 3일이 지나면 쌓여서 정리하기가 쉽지 않아 며칠 지난 영수증은 과감히 버린다. 한눈에 보이게 정리하는 데는 형광펜 만한 게 |
